일상
창문 한 뼘 열었을 뿐인데 방이 달라졌어요
오후 세 시에 시계를 보고 좀 놀랐어요. 방 안 공기만으로는 아침인지 저녁인지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며칠째 창문을 안 열었어요. 잊은 건 아니고, 열 이유가 없었어요. 나갈 일도 없고 누가 오는 것도 아니니까요.
방은 어제랑 똑같았어요. 같은 온도, 같은 냄새, 같은 밝기. 처음엔 그게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하게 답답했어요.
책상 위에는 이틀 전 컵이 그대로 있었어요. 게을러서가 아니라, 방이 멈춰 있으면 그 위의 물건들도 같이 멈추는 것 같아요.
닫힌 방 안에서는 하루가 한 덩어리가 돼요. 지금이 오전인지 오후인지, 뭘 시작하기 좋은 시간인지 방이 아무 말도 안 해주거든요.
그런 날은 하루가 이상하게 길면서도 짧아요. 저녁이 돼도 하루를 보냈다는 느낌이 없었어요.
한동안은 제 기분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마음이 가라앉아 있으니 방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거라고요.
근데 순서가 반대인 날도 많았어요. 사람은 생각보다 공간을 많이 닮는 것 같아요. 성격 문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되는 거였어요.
그래서 창문을 열어봤어요. 활짝도 아니고 딱 한 뼘요. 그런데 그 틈으로 들어오는 공기 온도가 방 안이랑 다르더라고요.
창가에 잠깐 서 있으면 몸이 먼저 알아차려요. 아, 지금 오후구나. 그다음 커튼 한쪽을 걷으니까 빛 들어오는 방향이 생겨서 방이 좀 살아났어요.
마지막으로 컵 하나만 치웠어요. 방 전체를 정리한 게 아니라 딱 하나요. 그래도 방이 조금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전부 합쳐도 몇 분 안 걸려요. 작아서 시시해 보이는데, 작아서 오늘 할 수 있는 거예요.
오후 세 시가 오후 세 시처럼 느껴지는 것. 어떤 날은 그것만으로도 꽤 괜찮았어요. 내일도 일어나면 일단 창문부터 한 뼘 열어볼까 해요.
루틴 레시피
활짝이 아니라 한 뼘이에요. 결심이 필요 없는 크기여야 오늘 할 수 있어요.
공기가 바뀌는 걸 몸이 알아차리려면 잠깐의 시간이 필요해요. 그 1분이 방의 시간을 다시 켜요.
빛에 방향이 생기면 방이 지금 몇 시인지 말해주기 시작해요.
방 전체가 아니라 컵 하나예요. 방이 조금 움직였다는 증거 하나면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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