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다시 켜기
대단한 하루를 세우지 않습니다. 몸이 먼저 움직이고, 마음은 그 뒤를 따라옵니다.
어떤 아침은 눈을 떴는데도 하루가 켜지지 않습니다. 알람은 울렸고 창밖은 이미 밝은데, 몸은 이불 안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지만, 그 첫 동작이 유난히 멀게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그런 아침에는 생각이 먼저 커집니다. 오늘 해야 할 일, 어제 하지 못한 일,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생각이 커질수록 몸은 더 무거워지고, 아침은 그렇게 조금씩 가라앉습니다.
이 루틴은 그 생각과 싸우지 않습니다. 하루의 계획을 세우라고 하지도 않고, 오늘을 잘 보내야 한다는 다짐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하는 일은 하나뿐입니다. 몸을 아주 작은 단위로 먼저 움직이는 것.
첫 항목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일어나서 무엇을 하는지는 아직 정하지 않습니다. 앉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그다음이 따뜻한 샤워이고, 그다음이 밖에 나갈 옷으로 갈아입는 일입니다. 나갈 약속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옷을 갈아입는다는 것은 몸에게 오늘이 시작되었다고 조용히 알려주는 일에 가깝습니다.
마지막은 창문을 열고 햇빛 쪽으로 5분쯤 걷는 것입니다. 거창한 산책이 아닙니다. 빛이 드는 쪽으로 몸을 옮겨 두고 잠시 서 있는 정도면 됩니다. 몸이 먼저 낮으로 건너가면, 마음은 조금 늦게라도 그 뒤를 따라오는 날이 많았습니다.
네 가지 동작 사이에는 아무것도 끼워 넣지 않습니다. 잘하지 않아도 되고, 빨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순서만 있으면 됩니다.
가라앉은 아침이라고 해서 하루 전체가 가라앉는 것은 아닙니다. 몸을 한 번 일으키고, 물을 한 번 맞고, 빛 쪽으로 몇 걸음 옮긴 아침은, 늦게라도 분명히 켜집니다.
몸이 먼저 낮으로 건너가면, 마음은 조금 늦게라도 그 뒤를 따라옵니다.
하루를 다시 켜기
11월 3일에 열려요. 사전 주문해 두시면 그날 바로 받아보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