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주말마다 다른 이를 챙겨야 하는 일정들이 빼곡
달력을 넘기다가 잠깐 멈췄어요. 이번 달 주말마다 동그라미가 하나씩 붙어 있더라고요.
친구 결혼식이 하나, 가족 모임이 하나, 아기 태어난 친구네 들르기로 한 약속이 하나. 세어보다가 웃음이 났어요. 아, 이번 달 주말은 내 게 아니구나 싶어서요.
다 좋은 일이에요. 축하할 일들이고, 오랜만에 보고 싶은 얼굴들도 있고요.
그런데 이상하죠. 기쁜 자리에 다녀온 날도 저녁이 되면 소파에 그대로 가라앉거든요. 옷도 못 갈아입고 한참을요.
예전엔 그게 좀 이상했어요. 놀다 온 건데 왜 이렇게 피곤하지, 하고요.
근데 생각해보니 당연한 거더라고요. 누군가를 챙기러 가는 날도 체력은 쓰는 날이에요. 차려입고, 이동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이야기하고. 마음이 즐거운 것과 몸이 쉬는 건 다른 문제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이런 달을 조금 다르게 준비해요. 거창한 건 아니고, 하루의 앞뒤에 작은 여백을 만드는 정도예요.
전날 밤에 입고 갈 옷이랑 챙겨 갈 것들을 미리 꺼내둬요. 선물이든 뭐든 문 앞에 모아두는 거죠. 이거 하나로 당일 아침의 소동이 절반으로 줄더라고요. 아침에 허둥대지 않으면 출발하는 기분부터 달라요.
다녀온 저녁엔 뭘 하려고 하지 않고 일단 10분 그냥 누워요. 집에 왔다고 바로 저녁 모드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도착했다는 걸 몸에 먼저 알려주는 시간이에요.
그리고 하나 더. 다음에 비어 있는 주말 하루를 달력에 미리 잡아둬요. 아무 약속도 안 넣는 날로요. 쉼도 일정이 되어야 지켜지더라고요.
이번 주말도 아침부터 나가야 해요. 그래도 챙길 건 벌써 문 앞에 모아뒀고, 다다음 주 토요일엔 아무것도 없는 하루가 기다리고 있어요.
그 생각을 하니까 이번 달도 그럭저럭 괜찮게 지나갈 것 같아요.
루틴 레시피
당일 아침의 소동이 절반으로 줄어요. 출발하는 기분부터 달라지더라고요.
귀가를 도착으로 만들어주는 시간이에요. 뭘 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요.
쉼도 일정이 되어야 지켜지더라고요. 기다리는 하루가 있으면 이번 달이 덜 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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