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사람과 싸운 다음 날 아침, 말을 꺼내기 전에
눈을 뜨기 전에 어젯밤이 먼저 도착해 있는 아침이 있어요. 무슨 말을 했는지, 그때 어떤 표정이었는지가 순서 없이 떠오릅니다.
시계는 일곱 시. 옆방은 조용하고, 문 밖에서 나는 소리를 괜히 헤아리게 됩니다. 물 내려가는 소리, 컵이 놓이는 소리, 그리고 다시 조용해지는 간격까지.
목이 마른데 부엌에 나가기가 애매해요. 마주치면 무슨 얼굴을 해야 할지 아직 정해두지 못해서요. 이불 끝을 괜히 접었다 폈다 합니다.
그래서 누운 채로 머릿속에 대사를 씁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저렇게 답하겠지, 그럼 나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벌써 한 번 더 다툰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아침에 제일 먼저 올라오는 감정은 대개 어젯밤의 잔열이에요. 새로 생긴 마음이라기보다, 밤에 남은 열이 아직 식지 않은 채로 몸에 남아 있는 쪽에 가깝습니다.
식기 전의 온도로 꺼낸 말은 하려던 말보다 조금 더 세게 나가곤 해요. 그러면 어젯밤을 한 번 더 하게 됩니다.
이 아침의 순서를 화해를 서두르지 않는 쪽으로 놓은 건 그래서예요. 눈을 뜨고 바로 움직이지 않는 삼 분이 맨 앞에 있는 이유는 결심할 시간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식을 시간이 필요해서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메모에 먼저 적어두는 자리가 그다음에 옵니다. 보내지 않아도 되는 곳에 한 번 꺼내두면 말은 대체로 저 혼자 순해져요. 적어놓고 다시 읽으면, 절반쯤은 상대에게 할 말이 아니라 나에게 하고 있던 말이었다는 걸 알게 되기도 합니다.
세수와 물 한 컵을 그 뒤에 둔 이유는 단순해요. 밤새 굳은 몸이 조금 풀리면 목소리도 같이 조금 풀립니다.
마지막 자리에는 오늘 다 풀지 않아도 된다고 미리 정해두는 일을 두었어요. 기한을 오늘 하루로 잡으면 마음이 급해지고, 급한 말은 대개 서툽니다. 오늘은 인사만 하는 날로 두어도 괜찮아요.
아침에 할 수 있는 일은 화해가 아니라, 화해할 수 있는 상태로 하루를 여는 정도일지도 몰라요. 그것만 해도 저녁의 대화는 조금 달라집니다.
창은 열려 있고 물은 마셨고,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거면 오늘 아침은 충분히 지나간 거예요.
루틴 레시피
아침의 첫 감정은 대개 밤의 잔열이에요. 일어나기 전에 조금 식힐 자리를 먼저 둡니다.
보내지 않아도 되는 곳에 한 번 꺼내두면 말이 순해져요. 적는 동안 하려던 말의 절반은 정리됩니다.
몸을 먼저 정리하면 목소리도 같이 조금 풀려요. 마주치기 전에 나를 먼저 챙기는 순서예요.
기한을 하루로 잡으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오늘은 인사만 하는 날로 두어도 괜찮아요.